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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노 전대통령에 대한 단상


아침이 되자 하늘이 흐렸다.
날씨를 걱정하면서 잠들었다가 오전에 깨어보니
뉴스는 노무현씨의 자살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새삼 2002년 즈음을 되돌아 보게 된다.
나는 그때에도 음악을 좋아했고 운영하는 커뮤니티의 한 지인은 노사모 였었는데 ...
20대 초반이었던 나는 정치에는 도무지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 시절의 내가 보기에는 정치인이란 가식적이기만 한 속물이었고
다 똑같은 더러운 인간들이라 관심도 없었으며 선거날은 편히 쉬는 날이었다.
그때 그 형이 '신성한' 음악 방송방에서 정치 얘기를 꺼내자 눈쌀을 찌푸리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현재의 내가 정치에 깊이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
적어도 사회와 사람들의 삶에는 관심이 있으며
폭력적이고 세습적인 사회의 권력들에 역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

대한민국에서 정치인으로써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간 사회에서 개인이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취하는 일련의 태도를
Persona라고 한다.
이는 융이 말한 것으로 본래의 어원으로써 나타내어지는 인격 그자체의 의미하고는
다르다.

진정한 자신과는 달리 다른 사람에게 투사된 성격을 말한다. 이 용어는 카를 이 만들었는데 에트루리아의 어릿광대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융에 따르면, 페르소나가 있기 때문에 개인은 생활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반영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자기 주변 세계와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고유한 심리구조와 사회적 요구 간의 타협점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페르소나는 개인이 사회적 요구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 출처 다음

우리는 표리동치와 일관성을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로 여긴다.
자신의 생각을 진실된 말로써 나타내는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사람 ....
혹은 태어난 그대로의 성형하지 않은 얼굴
기만하지 않는 자, 거짓을 말하지 않는자.

우리는 이러한 순수성을 높게 치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판단의 태도가 널리 퍼지게 된 근원은
사실 잘 알 수가 없다. (생물학적 심리가 근원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다.)

정치인은 정치인으로써의 Persona가 있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가면 말이다.
혹자는 가식이라고 하기도 하고 처세라고도 부르며 능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노무현에게 기대했던 사실은
현대의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를
'현실'로써 받아 들인 것이 아니라 '고쳐야할 대상'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포괄적 의미로써의 좌익 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가 노무현에게 실망했던 것은 그토록 자신이 부르짖었던 가치를
스스로는 배반하였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시대의 순수성 과는 상관없이 이시대의 권력은
아주 예전부터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았던 시대의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힘있는 자는 그 것을 유지하고 싶어하고 권력 지향적인 인간들은
자신이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권력에 기대어 댄다.

형성된 권력과 그것을 유지하는 카르텔 그리고 정점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그 현실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전제.
그것이 우익이다.
우익이 잘못되고 좌익이 순수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단지 현재의 권력 체계와 근원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생각할 뿐이다.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자가 강한 것이다.' 라는 논리로
현재의 권력을 정당화 한다. 대한민국만 청렴국가가 된들 무엇 하랴?
국가 단위에서는 여전히 약육 강식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하여 서로를 공격하는 것을 서슴치 않는데 .....
거대한 인간 집단으로써의 국가들과 지구전체에서는 개인의 생명이나 인권
따위는 미안하지만 현저히 가치가 떨어진다.
또한 인간을 벗어나 지구적 차원에서의 인간은 그냥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군림한 지배자일 뿐이다. 자연을 보호하고 동물을 사랑한다는 가치는
인간중심적인 인간이기주의일 뿐이다.
무슨 차이가 있는가? 인간은 때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는 생물이고 우주적 차원에서 본다면
인간이 가치를 두고 있는 순수성이나 인본주의따위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

인간이 아무리 초월적인 특성이 있고 그러한 사고를 할 줄 안다지만
나역시 인간이며 그리하여 인간의 차원으로 회귀한다.
인간을 인정하지 않으면 나역시도 존재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있는 자들은 지키려고 할 뿐이고 없는 자들은 불평을 할 뿐이다.
민생안정, 주변국제정세, 경제를 위한 복지, 복지를 위한 경제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지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민주주의라는 형식은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 라는 인간의 욕구의 단위를
통화로 보는 이데올로기와 결합하여 겉만 다른 사회구조를 낳았다.
지키려는 자들은 언제나 힘이 있었고 유지와 안정을 모색한다.
더욱 강력한 권력은 조정까지 서슴치 않는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살아가고 행복감을 느끼는 일이
그들에게는 가치가 없을 수도 있으며 또는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사람들이
현재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산다고 하여도 결코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사람의 무리는 각자 다른 언어체계(시니피앙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가 완벽히 소통할 방법은 없다.
실제로 멍청한 사람들은 많으며 그러한 사람들에게 1인 1표의 권리를 주는 것
자체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길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정치인으로써의 persona는 표면적으로는 인간의 포괄적인 가치를
추구하나 실제로는 대중을 기만하기만 할 뿐이다.

노무현은 이상주의자 였다.
정책은 많은 실패를 했으며 노무현의 Persona는 루저들과 좌익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으며 권력자들의 입장에서는 눈엣 가시였다.
노무현이 실제로 권력 세습의 단계를 거치지 않았지만 권력 지향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고 인간적인 욕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 차라리
대놓고 이러한 부조리를 인정하는 정치인들을 정직하다고 하며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어차피 누구나 표리부동 이니까? 차라리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부국강병과 글로벌화와 국가 경쟁력을 위해 어쩔수 없는 무지랭이 하층민들은 버리고
 보다 많은 사람이 살아나가야 하는 사회를 이끌 책임으로 가져야 하는가?
상대적으로 가치없어 보이는 힘없고 무식한 사람들의 살권리나 가능성이나 미래들을
내팽개 치면서?

노무현의 600만 달러가 어쨌고 친인척이 비리를 어떻게 저질렀으며 정치적 근간이었던
순수성을 해쳤다고 해서 노무현이 표면적으로 추구하던 가치는 허상일 뿐인가?

최소한의 인간중심, 최소한의 다양성, 최소한의 순수성이 결여된 이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이대로 인정하며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야 하는가?
노무현이 실패하였다고 해서 그가 표면적으로 추구하던 가치들은 쓸모 없는 것인가?

단언컨대 노무현의 가장 큰 업적은 대한민국의 부조리를 직시 하였다는 것이고,
가장 큰 실패는 그 부조리를 직시하고도 가시적 성과가 없음으로 인해서 또한 실망을
안겨 줌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더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후자에 대한 부담이 더 컸는가?
아니면 자신의 명예욕과 권력욕이 이번일로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는가
아니라면 불가피하게 표리부동적인 Persona의 존재를 알지 못했기에 자신이 내 뱉은
말과 다른 현실 자체가 자신을 붕괴로 이끌었는가?
아니라면!
아무리 대쪽 같으려고해도 버릴 수 없었던 사랑하는 처자식과 지인들의 배반
혹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고통받게 될 가족친지든 그러한 인간 노무현으로써의
주변상황 악화에 대해서 책임을 느꼈을까?
극단으로 몰렸을때 인간은 나약해 진다.
스스로 죽을수 조차도 없는 나약함이 인간에겐 분명히 존재한다.
자살은 그 중간점이다. 죽을만큼은 힘이 있었고 더이상 살아갈 힘이 없는 상태.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자신의 가치와 파급력을 감안해 잘못된 판단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사람을 위한 사회를 추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 훨씬 못미쳤는지도 모르겠다. 내 몸과 같은 가족친지들 이외의 사람들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고
그 가족친지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역시 자신밖에 생각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권력구도가 사라질거라고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그 권력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인간 집단의 최소단위인 개인의 가치, 인권, 인본주의, 박애주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겉으로 라도 가치있게 여겨지는 그런 사회가 되어서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은게 아닐까?

계속 이대로 간다면 이 사회는 자살, 출산률저하, 인간소외, 싸이코패스 등등을
더욱 초래할뿐이다.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이 오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늘일을 참으로 슬프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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