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잘못 건너 온 길
지천으로 흐른다.
잠든 숲을 모조리 깨우고
부러지지 않으려는 강까지 모조리 깨우고
등성이에 걸터앉아
무수한 잎들의 침묵을
아주 잘게 짓밟고 간다.
비는 앞다투어 달려가
마지막 눈물방울로 떨어진다.
푸석대는 땅의 혼들을 개우며
깊은 밤을
저
밑바닥까지 적시어 간다.
- 민병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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