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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싸지르기

최후의 변신




   나는 '타인' 이라는 존재를 신용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부구하고 필요로 했다.
그들이 없으면 나는 나의 '외관'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알맹이'인
나 자신이 확실하게 존재하지 않는 다면, 나는 그대로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


임시적 외관 / 다른 역할을 하며 접한 두 부류의 인간을 같은 장소 에서 맞닥뜨리게 되는걸 극히 경계 .



   나는 남들과 다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차이 많큼 내가 존재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절대로 '개성적'이어야 한다. - 이것은 우리세대 모든 인간에게 내린 지긋지긋한 저주.


   ..........................

  

   아무리 못 본척 하고 있어도 필통은 반드시 내 자리 쪽으로 날아 왔다.


그것을 던지는 순간의, 자기도 좋아서 하는게 아니라고 변명 하는듯한, 그러면서도
나 혼자 참가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한 그 눈빛.

그것은 물론 전원을 가담자로 만듦으로써 밀고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나는 한번도 참가를 거부한 적이 없었다. 대개 비열한 웃음을 띄며 자신도 '한패' 라는
신호를 보내고 나서, 성가신 물건을 빨리 떨쳐 버리고 싶은 마음에 다음 놈에게로 힘껏
던지는 것이다. 그럴때마다 왕따 당하는 녀석이 보내는 증오에 찬 눈빛은 나를 심하게
요동시켰다. 그 녀석이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뭐라 생각할까?

   그러나 내가 이지메를 오로지 고통으로 여기고, 싫은데도 억지로 참가 했는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녀석은 언제나 정해져 있었는데,
나는 그녀석이 왕따 당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나 조차도 그 녀석을 보고
있으면 가끔 못견디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녀석은 요컨대 서툴렀다. 그것도 어떤
때에는 일부러 서툰짓을 하는 것이었다!  그 녀석은 우리가 이를 악물면서 견뎌내고 있던
'어디에나 흔해빠진 학생'  이라는 역할의 연기를 몇번 이나 볼썽 하납게 그르쳤다.

   완전히 무신경하게 그 녀석은 자신을 드러내고,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 녀석이 우리와 '달랐기' 때문에 왕따를 시킨게 아니다.  우리역시 어딘가 조금은 각각 '달랐을'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왜?   그건 모르겠지만, 나는 어렸을때부터 그러한 세상의 이치를 실로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으며, 당연하게 그것을 지켜왔다.
   우리는 정말로 상처받기 쉽고, 그만큼 경계심이 강하고, 언제나 화가 나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의무'를 지키지 못하는 녀석을 엄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그녀석은 태만했던 것이다!  게다가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는 우리에게 꼴사납기 그지 없는 그녀석 자신을 강요 하려고 까지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천진스럽게, 그리고 때로는 확실히 우리를 경멸하기 까지 하면서! 그걸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화가 치밀었고, 그 녀석을 싫어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저런 시시껄렁한 놈이 어째서 두 팔을 휘두르며 복도를 활보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이 허용된다면 나도 나의 이 시시한 역할에서 벗어나  나 자신이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그 누구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불안은 나를 겁쟁이로 만들고 만다.  그녀석이 왕따를 당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남에게 읽힌다는 것을 상상하는 순간부터 나는 질리지도 않고 나 자신을 '날조' 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자기가 아주 '보잘것없는것'이 되어 버릴때,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것을 받아들일 만큼 편리한 존재가 아니다! 세계가 엄청나게 팽창하고 있다면 그것에 맞춰 자신도 커지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히라노 게이치로 최후의 변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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