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메일이 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 인터뷰에 응하지 못했고 이 내용은 방송에 포함되지 않았네요. 지금와서 보니 조금 아쉽긴 하네요. 물론 프로그램 기획에 묻어가면서 짧게 얼굴 비쳐지는 것이 나쁠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지만 제가 관심 있는 내용이 그냥 지나쳐가버린 것에 대해 일말의 아쉬움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미네르바 진실게임 -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SBS] 다시보기 무료
방송에 도움을 주지도 못한 상황이지만 글로는 남길만한 아이템인 것 같아서 이 인터뷰 요청 메일을 다시 꺼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표현하고 글을 쓰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또한 과연 한 사람이 여러 가지 글을 써가면서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 모두 알다시피 '사람은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인지부조화가 일어날만큼의 급격한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해 방어기제로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거나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만드는 심리적 방어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일관적이지도 않고 특히나 통제받지 않고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온라인 글을 쓸 때는 더욱 이러한 '일관성'은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미네르바가 썼다는 수백 건의 글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냥 한 사람이 썼다고 설명해도 전혀 틀리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여러 사람이 쓴 것 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일부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은 결국 한 사람의 내부에 감춰져 있는 다양한 인격체의 무의식적인 표현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블로그에 이미 링블로그에만 글을 1500건이 넘게 써온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글의 수준이나 문체, 그리고 다양한 표현 방식과 표현 수위에 대한 일관성은 자연스럽게 무너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잡지나 기타 서적에 기고한 글은 이보다 3, 4배 더 많겠지만 더 일관성 있는 규격화된 글이겠죠.
온라인 글쓰기, 조작된 캐릭터는 가능하다. 하지만 지속되기 힘들다
링블로그 안에서 그만은 어느 날은 스스로 언론학자가 되어 국내외 언론상황을 조망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얼치기 네티즌이 되어 누구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을 때도 있고, 또 어느 날은 남들 싸우는 중간에서 어설프게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어느 날은 분에 못 이겨 씩씩 거리며 비속어를 남발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인생 다 산 사람 처럼 굴기도 하지요.
글이란 것은 결국 표현 방식의 일부일 뿐이지만 온라인에서는 특히나 '즉흥성'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즉흥성은 결국 현재 상태의 감정에 매우 강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당장 무엇인가를 알아내었고 이를 알려야 하는데 자신의 흥과 분을 이기지 못하면 어느 순간 자신이 1시간 후에 읽어도 낯설만큼의 어색한 글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팩트에 대한 환상은 버리시길... 세상에 진실된 팩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을 팩트로 믿을 뿐)
어쩌면 실제로 자신의 온라인 캐릭터를 마치 아바타 옷 바꿔 입히듯 자유자재로 변형시켜가는 악플러나 스패머 무리들이 많은 이유가 이런 익명성과 즉흥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내 글을 읽게될 독자'입니다. 많은 온라인 글쟁이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가상의 대상을 정해놓고 글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주제에 대한 온라인 카페에서 활동할 때의 말투와 어휘는 일반 게시판에 쓸 때의 그것과 많이 다르게 됩니다. 이는 자신이 쓰는 글을 과연 어떤 사람이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받아들일 것이냐를 미리 고려하는 습성 때문입니다. 이런 습성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지닌 지적 생명체로서 당연한 것입니다.
전문가라는 환상이 진위 논란을 부풀리고 있다
미네르바의 경우 글을 쓰는 이유를 '서민들이 현재 상황을 잘 알게 하기 위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결국 그의 독자에는 정책 관계자는 없었던 것입니다. 정책이 바뀌기를 원하지만 정작 정책 담당자를 대상으로 글을 쓰지 않고 정책 소비자를 대상으로 글을 썼기 때문에 글의 성격이 거침이 없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글일수록 당사자를 설득하는 글이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특정 대상의 변화를 요구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때문에 상당히 거칠고 과격한 언사를 동원하게 되고, 내면적으로는 특정 대상을 대중이 공격해주기를 바라는 심리적인 동인을 갖고 글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전문가들은 다른 전문가들과 정책 담당자들이 볼 것이란 가정을 하고 글을 씁니다. 이미 영향력이 있을 것이란 가정 하에 글을 쓰는 것이죠.(물론 얼치기 전문가들의 신문 기고 글이 한없이 우습게 읽히기도 하지만 남들도 읽었을 것이란 가정이 쉽게 무시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일부 과학적인 양 접근하기 위해서 동원되는 기술적인 감정은 매우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방송 안에서 보여지는 몇 가지 단서들 예를 들어 '초 간단하게 설명하자면','여력' 따위의 반복어휘 습관이나 문장 구성 습관 등은 절대적이기보다 기초적인 프로파일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의 수준에 대해 말하면서 현장 전문가가 아니면, 또는 매우 전문적인...이라는 말이 나오던데요. 이 말은 말 그대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또는 자신들도 배우기 힘들었던 단어'라는 의미 이상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불과 지난 몇 년 동안의 네티즌들의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보면서 느낀 것은 '조각 맞추기로 전문가가 가능하며, 실제로 전문가들은 조각맞추기 전문가들이었다'는 것이죠.
어쨌든 다시 요약하면, 사람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동물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온라인에서는 특히나 현재 감정에 의해 표현 방식이 천양지차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그 사람의 온라인 캐릭터가 제아무리 조작되고 거짓으로 구성되었다고 해도 오랫 동안 꾸준한 글을 써온 사람이라면 특정한 범위나 사실상의 자신의 캐릭터를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일부 게시판에서는 미네르바 박씨와 미네르바 K씨(또는 그 무리들?), 또는 제 3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한 음모론과 함께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미네르바 박씨가 진짜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판단도 안 서고 아직 제가 갖고 있는 정보도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미네르바란 이름으로 올려진 그 수많은 글이 구태여 여러 사람이 쓴 것이 맞다고 말하는 미네르바 K보다는 일관되게 자신이 모든 내용을 썼다는 미네르바 박씨의 말이 그다지 틀리진 않았을 것이란 판단을 해봅니다.
출처 : http://ringblog.net/1507
안녕하세요.* 일부 개인 정보는 지우거나 수정했으며 본문상 볼드체와 밑줄은 제가 임의로 가공했습니다.
sbs<그것이 알고 싶다> 000 작가입니다.
현재 미네르바에 대한 방송을 준비중이고
그에 관련하여 도움을 부탁하고자 연락드립니다.
미네르바의 유일한 증거인 글을 다각도로 분석하려고 하는데요,
문법적인 것이나 과학적인 것으로도 분석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넷 상의 글쓰기의 심리라고 생각해서
차장님께 메일을 보냅니다.
미네르바의 글을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본 결과, 또는 네티즌들의 말에 의하면
완성된 하나의 글에서 굉장히 다른 성격의 말투와 인격이 보입니다.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심리나 특성들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정말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상에서 리뷰를 쓸 때와 자유게시판에
친구들끼리 글을 올리는 것에는 말투나 용어 관련해서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과 관련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 차장님의 견해라던가,
하나의 글에서도 다른 성격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
인터넷이기에 가능한 심리나 의식에 관련하여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가능 여부에 대해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방송 일자는 2월 7일이구요, 제 연락처는 010-0000-0000 입니다.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 인터뷰에 응하지 못했고 이 내용은 방송에 포함되지 않았네요. 지금와서 보니 조금 아쉽긴 하네요. 물론 프로그램 기획에 묻어가면서 짧게 얼굴 비쳐지는 것이 나쁠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지만 제가 관심 있는 내용이 그냥 지나쳐가버린 것에 대해 일말의 아쉬움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미네르바 진실게임 -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SBS] 다시보기 무료
방송에 도움을 주지도 못한 상황이지만 글로는 남길만한 아이템인 것 같아서 이 인터뷰 요청 메일을 다시 꺼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표현하고 글을 쓰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또한 과연 한 사람이 여러 가지 글을 써가면서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 모두 알다시피 '사람은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인지부조화가 일어날만큼의 급격한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해 방어기제로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거나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만드는 심리적 방어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일관적이지도 않고 특히나 통제받지 않고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온라인 글을 쓸 때는 더욱 이러한 '일관성'은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미네르바가 썼다는 수백 건의 글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냥 한 사람이 썼다고 설명해도 전혀 틀리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여러 사람이 쓴 것 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일부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은 결국 한 사람의 내부에 감춰져 있는 다양한 인격체의 무의식적인 표현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블로그에 이미 링블로그에만 글을 1500건이 넘게 써온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글의 수준이나 문체, 그리고 다양한 표현 방식과 표현 수위에 대한 일관성은 자연스럽게 무너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잡지나 기타 서적에 기고한 글은 이보다 3, 4배 더 많겠지만 더 일관성 있는 규격화된 글이겠죠.
온라인 글쓰기, 조작된 캐릭터는 가능하다. 하지만 지속되기 힘들다
링블로그 안에서 그만은 어느 날은 스스로 언론학자가 되어 국내외 언론상황을 조망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얼치기 네티즌이 되어 누구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을 때도 있고, 또 어느 날은 남들 싸우는 중간에서 어설프게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어느 날은 분에 못 이겨 씩씩 거리며 비속어를 남발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인생 다 산 사람 처럼 굴기도 하지요.
글이란 것은 결국 표현 방식의 일부일 뿐이지만 온라인에서는 특히나 '즉흥성'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즉흥성은 결국 현재 상태의 감정에 매우 강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당장 무엇인가를 알아내었고 이를 알려야 하는데 자신의 흥과 분을 이기지 못하면 어느 순간 자신이 1시간 후에 읽어도 낯설만큼의 어색한 글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팩트에 대한 환상은 버리시길... 세상에 진실된 팩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을 팩트로 믿을 뿐)
어쩌면 실제로 자신의 온라인 캐릭터를 마치 아바타 옷 바꿔 입히듯 자유자재로 변형시켜가는 악플러나 스패머 무리들이 많은 이유가 이런 익명성과 즉흥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내 글을 읽게될 독자'입니다. 많은 온라인 글쟁이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가상의 대상을 정해놓고 글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주제에 대한 온라인 카페에서 활동할 때의 말투와 어휘는 일반 게시판에 쓸 때의 그것과 많이 다르게 됩니다. 이는 자신이 쓰는 글을 과연 어떤 사람이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받아들일 것이냐를 미리 고려하는 습성 때문입니다. 이런 습성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지닌 지적 생명체로서 당연한 것입니다.
전문가라는 환상이 진위 논란을 부풀리고 있다
미네르바의 경우 글을 쓰는 이유를 '서민들이 현재 상황을 잘 알게 하기 위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결국 그의 독자에는 정책 관계자는 없었던 것입니다. 정책이 바뀌기를 원하지만 정작 정책 담당자를 대상으로 글을 쓰지 않고 정책 소비자를 대상으로 글을 썼기 때문에 글의 성격이 거침이 없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글일수록 당사자를 설득하는 글이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특정 대상의 변화를 요구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때문에 상당히 거칠고 과격한 언사를 동원하게 되고, 내면적으로는 특정 대상을 대중이 공격해주기를 바라는 심리적인 동인을 갖고 글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전문가들은 다른 전문가들과 정책 담당자들이 볼 것이란 가정을 하고 글을 씁니다. 이미 영향력이 있을 것이란 가정 하에 글을 쓰는 것이죠.(물론 얼치기 전문가들의 신문 기고 글이 한없이 우습게 읽히기도 하지만 남들도 읽었을 것이란 가정이 쉽게 무시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일부 과학적인 양 접근하기 위해서 동원되는 기술적인 감정은 매우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방송 안에서 보여지는 몇 가지 단서들 예를 들어 '초 간단하게 설명하자면','여력' 따위의 반복어휘 습관이나 문장 구성 습관 등은 절대적이기보다 기초적인 프로파일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의 수준에 대해 말하면서 현장 전문가가 아니면, 또는 매우 전문적인...이라는 말이 나오던데요. 이 말은 말 그대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또는 자신들도 배우기 힘들었던 단어'라는 의미 이상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불과 지난 몇 년 동안의 네티즌들의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보면서 느낀 것은 '조각 맞추기로 전문가가 가능하며, 실제로 전문가들은 조각맞추기 전문가들이었다'는 것이죠.
어쨌든 다시 요약하면, 사람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동물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온라인에서는 특히나 현재 감정에 의해 표현 방식이 천양지차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그 사람의 온라인 캐릭터가 제아무리 조작되고 거짓으로 구성되었다고 해도 오랫 동안 꾸준한 글을 써온 사람이라면 특정한 범위나 사실상의 자신의 캐릭터를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일부 게시판에서는 미네르바 박씨와 미네르바 K씨(또는 그 무리들?), 또는 제 3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한 음모론과 함께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미네르바 박씨가 진짜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판단도 안 서고 아직 제가 갖고 있는 정보도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미네르바란 이름으로 올려진 그 수많은 글이 구태여 여러 사람이 쓴 것이 맞다고 말하는 미네르바 K보다는 일관되게 자신이 모든 내용을 썼다는 미네르바 박씨의 말이 그다지 틀리진 않았을 것이란 판단을 해봅니다.
출처 : http://ringblog.net/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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